600원
돈이 없으면 왜 초라해지는 것일까?
쌀도 떨어지고
돈도 떨어지고
가진 거라고는
주머니 속의 차가운 동전 600원
창 밖에는 첫 눈이 하염없이
내리고 스산한 바람이
방안의 초라함과 어울린다.
꼴초의 끈기로 재털이에서
다탄 꽁초를 집어 입에 달고
쾌쾌한 연기를 허공에 품어 본다.
정신이 아짤하며 눈 앞에서 작고 하얀 별들이
반짝거린다.
옆 집에서 돼지고기 굽는 향긋한 냄새가
침샘에서 뜨거운 침을 솟아나게 한다.
600원을 주고 봉지가 빨간 라면을 샀다
냄비 속에 풀어진 모양새가 꼭 지금의
나의 맘과 닮아 있다.
600원을 먹기 시작했다.
방 안은 찬데 왜 그런지 이마에서 처절한 땀이
흘러 눈 속을 파고들었다.
아까 보았던
작고 하얀 별들이 또 눈 앞에서 반짝거린다.
돈없는 세상에 살았으면......
2007.11.17 나봉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