600원

아름다운 나라/시 2008. 5. 20. 18:26


   600원   

  돈이 없으면 왜 초라해지는 것일까?

  쌀도 떨어지고
  
돈도 떨어지고
  
가진 거라고는 
  
주머니 속의 차가운 동전 600원

  창 밖에는 첫 눈이 하염없이
 
내리고 스산한 바람이
 
방안의 초라함과 어울린다.

  꼴초의 끈기로 재털이에서 
  
다탄 꽁초를 집어 입에 달고
  
쾌쾌한 연기를 허공에 품어 본다.

  정신이 아짤하며 눈 앞에서 작고 하얀 별들이
  
반짝거린다. 
  
옆 집에서 돼지고기 굽는 향긋한 냄새가
  
침샘에서 뜨거운 침을 솟아나게 한다.

  600원을 주고 봉지가 빨간 라면을 샀다
  냄비 속에 풀어진 모양새가 꼭 지금의
 
나의 맘과 닮아 있다.
  
600원을 먹기 시작했다.

  방 안은 찬데 왜 그런지 이마에서 처절한 땀이
 
흘러 눈 속을 파고들었다.

  아까 보았던 
  
작고 하얀 별들이 또 눈 앞에서 반짝거린다.

  돈없는 세상에 살았으면......

   2007.11.17 나봉준

   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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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다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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